<Jeddah Starbucks>
<2019년 8월
25일 1-1>
아침 5시, 새벽닭이 아침을 깨우듯 코란의 한구절이 들리며, 약간은 개운한 느낌으로
잠을 깨였다. 출발 시간은 6시 30분. 무려 1시간 반
거리를 차로 달려, 현장으로 가야 하였다. 익숙한 자명종
소리를 뒤로 하고, 가볍게 샤워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마치 전투를 나가듯, 유틸리티 슈트를 걸치고 목 스카프를 한 뒤, 태양처럼 뜨거운 햇볕을 막아줄 선글라스는 챙겼다. 6시 아침 시간, 식당으로 올라가자, L사 직원들이 아주 여유로운 모습으로 세수도 하지 않은 체 자리에 앉았다. 현장으로
가기 전, 너무 준비를 과하게 한거 같아 조금 창피하였으나, 아침
출근을 위해 재빠르게 그릇을 비웠다. 그리고 차량이 없는 우리를 위해 L사 협력업체 직원인 털보 청년이 차량을 제공하였다. 사이트로 가는 길은 무척 단조로웠고 무미
건조하였다. 마치 너무나 익숙한 사막처럼, 도로는 길게 쭉
늘어져, 비슷한 풍경만 볼 수 있었다. 시각이 단조로워진
나는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고, 깨어보니 Shoaiba 라는
곳에 도착해 있었다. D사의 현장 사무소 앞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깃발과 우리나라 국기가 애국가 처 럼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고, 사무소 주위에는 현장 숙소와 식당, 그리고
무한한 듯한 모래들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모래, 소독약
그리고 에어컨 냄새가 섞인 무척이나 불쾌한 냄새가 나를 반겼다. 지독한 소독약 냄새 때문인지 살짝 정신이
없는 채로 Supervisor Room에 들어섰다. 조그만 부서 사무실 같이 보이는 곳에는
큰 책상, 작은 책상 각각 2개가 있었고, L사 와 H사의 안전모가 놓여있었다. 책상 한 켠에 자리 잡은 나와 차장님은 노트북을 전원에 꽂고, 각자의
이메일을 살폈다. 잠시 후, L사 직원들이 도착했고, 우리에게 우선 게이트패스를 만들고 그 후 안전교육을 받아야 사이트 내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였다. ‘받아오그라’ 차장님의 명령에 약간의 긴장감 반 호기심
반으로, D사의 현장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마치 사무실 한
개를 통째로 가져온 것처럼, 여느 사무실과 다를 바 없었으나, 현지
직원들과 간간히 느껴지는 모래 냄새가 신선하였다.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Security Room 근처로 가니 노란색 조끼를 입은 턱수염이 풍성한 아랍 친구가 보였다. 그 친구에게 다가가 게이트 패스가 필요하다고 하니, 여권에서부터
이런저런 서류가 필요하다고 설명해 주었고, 사진도 찍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차장님과 나는 예정에도 없던 억지 미소가 담긴 증명 사진을 찍었고, 임시
게이트 패스를 위한 서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고 난 후 무미건조한 안전교육을 받았다. 이런 저런 준비를 하는 사이 점심시간이
되었고, 한국요리를 제공한다는 식당으로 가게 되었다. 소나무처럼
우뚝 솟은 주방장 모자를 쓴 한국인 셰프 1명과 2명의 아랍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조를 하고 있었다. 그 날 메뉴는 된장국과 반찬이었고, 기대보다 별로였던 나와는 달리 차장님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타지에서
한국음식 정말 먹기 힘들다. 니는 복받은 거다” 핀란드 및 기타 여러 나라에서 사이트 테스트를 하셨던 차장님은 타지에서 한국 음식은 거의 불가능이라는 것을 강조하시면서
아주 즐겁게 식사를 시작하셨다. 사우디에 도착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던 차장님이 즐거워하시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맛있게 식사를 하게 된 후 사무실로 들어갔다. 마치 일상인 것처럼 1시까지 낮잠을 취한 나는 커피를 마시러 슈퍼바이저 사무실을 나왔다. 그런데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사무실 불은 여전히 꺼져 있고, 대부분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알고 보니 사우디 8월 여름은 너무
더워 1시부터 3시까지 일을 하는게 금지되어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그 당시 우리들은 알 수 없었고, 그저
여유를 즐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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