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이니까, 짐 다 싸서 와.”
무지하게 더운 8워 22일, 토요일이 출장일로 알고 있었던 나는 오피스텔에 있는 짐을 거의 다 가져와서 본가에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저녁 6시가 다 되어 가던 중 받은 이 차장님의 전화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오피스텔에 남겨둔 책상, 의자, 달걀 등등 이것들은 어쩌지? 일단 마트에 가서 출장에 필요한 필수품은 사야 되는데…’’
머리가 복잡하던 나는 어떻게 든 되겠 지라는 마음으로 출장에 필요한 옷가지, 약품 등등을 캐리어 쑤셔 박고 어머니에게 출장을 다녀온다는 말을 한 뒤 고단한 몸을 포근한 매트리스에 누이었다.
다음날, 출장 전날은 이상하게도 바빴다. 소방훈련에 결제 서류 처리까지… 출장 가기 30분전까지 일을 마무리하던 나는 녹초가 된 채, 회사식당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김해 공항으로 출발을 할수 있었다.
그리하여, 김해 공항에서 김포공항 그리고 인천에서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의 에티하드 공항까지의 12 ~13시간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같이 출장을 가던 이 차장님은 12-13시간의 비행은 무지 힘들 거라고 엄포를 많이 놓으셨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물론 중간 좌석에(장시간 비행은 복도 좌석이 편하다. 화장실 가기도 편하고 잠깐 서서 스트레칭 하기도 좋아서), 기내식은 정말 맛없었지만(예전에 호주 케세이 퍼시픽 타고 갔을 때는 마실 거는 달라고 하면 주던데, 여긴 식사 때 밖에 주지 않는듯…) 자막도 안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견 딜만은 하였다.
8월 24일 토요일 오전 에티하드 공항에 도착을 하였고, 간단한 아침을 먹은 뒤 3시간 정도 기다린 뒤 마침내 목적지인 킹 덤 오브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다로 출발할 수 있었다.
사우디 아라비아... 한때 최대의 산유국이라 불리며, 우리에게는 거지도 부자라는 속설이 퍼져 있는 곳. 부자 나라의 모습은 어떨지... 사는 모습은 어떨지 너무나 궁금 한 곳이었다.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없는 나라 은밀한 비밀의 나라는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제다 공항으로 출발한지 3 ~ 4시간 뒤 마침내 한낮의 온도가 36도가 되는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출입국 심사를 마친 뒤, 서둘러 짐을 찾으러 갔다. 온몸을 히잡으로 가린 여성들과 수염이 풍성하고 험상 궂어 보이는 아랍인들 사이에서 겨우 짐을 찾은 우리들은 여기 이 머나먼 타국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마음씨 좋은 사장님의 인도로 차를 타고 게스트 하우스로 출발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내 눈에 자꾸 이상한 것들이 눈에 밝히기 시작했다. 만들다 만 건물들이 주위에 널브러져 있고(공사 현장 같으나, 아무도 없는), 주위의 차들은 어딘가 한 곳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접촉 사고가 있었던 차보다 멀쩡한 차들이 희귀했다.
20-30분 뒤, 화려한 건물이 보이고 나무와 풀이 보이는 장소에 들어섰다.
“여기 관공서가 많은 곳이에요” 사장님이 말하는 것처럼, 약간 화려한 장소에 들어섰다. 건물들은 사진으로 담고 싶을 만큼 예쁜 곳도 많았다. 그런데 왠지 전체적으로는 황량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특이한 건축양식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빌라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한 나는 겨우 짐을 풀고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은 뒤 밖을 나와보니 서 있기도 힘든 열기가 느껴지고 영화에서 많이 흘러나오던 기도 소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곳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렇다. 난 킹 덤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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